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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는 것 이상을 하는 법

Downer 2022. 2. 11. 23:09

회사에서 론칭부터 라이브 서비스까지 QA로서 개선할 점을 이야기하는 포스트 모템이라는 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여러가지 불편했던 점과 나아질 점을 이야기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이 있었다. 그것은 특정 업무를 진행하면서 각각의 팀원들은 업무 조건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개개인의 능력을 극대화 시켜 그나마 최대한의 효율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나는 주어진 조건 속에서 최대한 잘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포스트 모템 이후 프로세스 자체를 개선해가며 주어진 조건 속에서 최대한 잘했다는 것 자체로 마무리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주어진 조건 내에서 잘하는 것은 최대값을 정해놓고 결과를 내는 것이고 정말로 잘하는 것 이상이 되기 위해서는 주어진 틀을 깨는 생각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생각을 하면서 예전에 정말 정말 좋아했던 한 예능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그것은 "더 지니어스"라는 프로그램이다. 간단하게 이 프로그램을 소개하자면 각 라운드 마다 보드 게임과 같은 매치를 하고 한명씩 탈락해 우승자를 가리는 게임이다. 다양한 특정 분야에서 천재성을 보이는 여러사람이 모여 대결을 하기 때문에 갖가지 멋진 전략들이 펼쳐지곤 하는데 그 중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회자되고 반응이 컸던 것은 오픈, 패스라는 게임이다.

 

나 또한 이 화를 가장 재밌게 보았고 이번에 포스트 모템을 하며 겹쳐 보였던 부분이 있어 해당 화의 홍진호의 플레이를 한번 살펴보기로했다. 

 

첫 번째 설명
두 번째 설명
세 번째 설명

위 설명을 보면 알겠지만 규칙은 사실상 간단하다. 20장의 카드들을 플레이어가 카드 더미를 만든 후 OPEN, PASS를 외쳐 자기만의 카드 순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카드 더미를 딜러에게 주는 순간 임의로 섞어버리기 때문에 어떤게 높은 숫자이고 기호인지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운 적인 요소에 맡길 수 밖에 없는 굉장히 어려운 랜덤 게임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런데 이 게임을 비교적 쉽게 플레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추가 구매가 가능한 카드 더미

위 그림을 보면 알겠지만 기본이라고 쓰여진 카드 더미 이외에도 게임 내 재화인 가넷을 이용해 추가 카드 더미들을 구매해 유리한 카드 더미를 조합할 수가 있게 된다. 그리고 또 한가지!!

 

구매한 카드 더미들은 뒷면의 색이 다르기 때문에 자기만의 규칙을 정해 카드 더미를 구성한다면 어느 정도 뒷면만 보고도 해당 카드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것을 최대한 활용해 카드를 구성하기 시작했다.

 

아래 규칙 처럼 카드 더미를 조합하면 완벽하지만 앞서 말한 가넷이라는 재화는 제한되어있기 때문에 주어진 조건 즉, 카드 구매가 가능한 선 내에서 최대한의 조합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1. 빨간색 카드는 숫자
  2. 파란색 카드는 수식

모든 플레이어는 연합을 통해 이런 카드 조합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3번 규칙을 피하기 위해 플레이어들은 해당 수식, 숫자끼리 겹치지 않기 위해 어느정도의 운 적인 요소에 걸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그 결과는 아래 순위와 같았다.

이런 카드 색 조합을 통해 가장 최대값을 만들어낸 플레이어의 값은 바로 "15,552" 였다.

 


그리고 마지막 홍진호의 카드 더미를 살펴보자.

검정, 파랑색으로만 이루어진 카드 더미

카드를 구매한 가넷이 없었던 홍진호는 오직 하나의 카드 더미만을 구매해 검정, 파랑색으로 밖에 조합할 수 없었다.

그런데 다른 플레이어와 가장 크게 구별되는 것은 같은 색의 카드임에도 수식인지 숫자인지 명확하게 구분해 수식을 조합해나가기 시작했다. 

이 것이 도대체 어떻게 가능했을까? 정답은 바로 카드 뒷면의 그림을 자세히 보면 카드의 위, 아래가 분명하게 있다는 것이다.

카드 뒷면의 주사위 모양을 자세히 보면 분명하게 위 아래가 구분된다.

이 점을 활용해 홍진호는 두 가지 색의 카드임에도 위, 아래라는 새로운 규칙을 발견해 카드를 4가지 범주로 나누어 구성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겨난 것이다. 결국 35,840이라는 최대값을 만들어 냈고 우승을 가져갔다. 

 


뽑으면 안되는 폭탄을 구별하는 법을 찾은 장동민, 높은 수를 뽑아야하는 주사위 게임에서 주사위 분리를 발견한 이상민 등..

어떻게 보면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아주 간단한 규칙일 뿐 만아니라 제작진 측에서도 의도적으로 게임을 쉽게 풀어나갈 수 있는 숨겨진 팁을 찾아낸 것아니냐고 말할 수 도있다. 심지어 시즌을 거듭해 나가며 이 보다 훨씬 더 찾기 어렵고 섬세한 관찰력이 필요한 숨겨진 해법들을 많은 플레이어들이 찾곤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홍진호의 카드 뒷면 주사위 모양의 위, 아래를 찾아낸 플레이가 왜 열광하는 것일까?

 

그 것은 최초로 주어진 조건이라는 틀을 깨고
최대로 잘했다고 생각했던 값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장동민, 이상민의 플레이 등은 이 플레이 이후로 사람들은 주어진 조건이외에 무엇이 있지 않을까란 인지를 한 후 찾아낸 해법들이다. 이 때문에 더욱 찾기 힘든 해법들이라도 그 해법에 이르는 틀을 깬 것은 홍진호의 플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홍진호만 카드의 뒷면의 주사위 모양을 보고 뒷면의 위, 아래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까?

나는 해당 화와 해당 화의 비하인드를 다시 보면서 어느정도 수긍이 갔다. 

 

1. 홍진호는 불리한 조건을 가졌다. 카드 더미를 구매할 수 없다는 결핍이 오히려 더욱 이길 수 있는 전략이 없을지 고민했다.
2. 홍진호는 가장 많은 질문을 한 플레이어였다. 비하인드 화를 보면 알겠지만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기본 규칙을 이해한 후 딜러에게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홍진호는 딜러의 "돌려드릴까요?"라는 말에 의아함을 느끼고 끊임 없이 질문을 해 해법을 알아내는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현재 내가 가진 조건 내에서 잘하는 것은 김경란의 값 처럼 15,552가 최대일 것이다. 하지만 홍진호 처럼 주어진 조건을 넘어서는 것을 찾거나 조건을 변경시킨다면 잘하는 것 이상 35,840 이라는 최대값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앞으로 현재 내가 가진 환경과 조건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내 잘하겠다는 생각보다는 그 틀을 깨 잘하는 것 이상을 보여주는 방법은 없을지를 고민하는 사람이 되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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